※ 글에 들어가기에 앞서 ‘SF’ 판타지 ‘SF&판타지로 통합하여 사용함을 밝힌다. 이는 SF와 판타지가 엄밀히 말하면 차이가 존재하나, 지금의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일 즉, 불가능을 다룬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출처 : 알라딘

 

 

누군가 내게 ‘어떤 장르를 좋아하는가?’라고 묻는다면 첫 번째로 ‘SF&판타지를 이야기한다. 소설과 영화를 가리지 않고, SF&판타지라면 작품의 완성도에 상관없이 대부분 즐겁게 볼 정도로 좋아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서던리치:소멸의땅」, 「해리포터」, 「더기버:기억전달자」 등을 보았다. 어느 순간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왜 ‘SF&판타지라는 장르에서 매력을 느끼는지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그래서 나름의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이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내가 사는 이 세계가 아는 것보다 더 멋지고 흥미로운 세계이길 바란다.

미국의 출입금지구역에 외계인이 산다든지, 마법사들이 정체를 숨기고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든지 등의 소문은 꽤 많은 사람이 들어봤을 것이다. 이것들은 모두 아직도 참 거짓이 밝혀지진 않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러한 소문들에 관심을 갖는다. 이는 만약 그것들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자신도 다른 행성에서 살기, 순간이동하기, 빗자루 타고 날아다니기 등 많은 일이 가능해지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꿈이 아니라 현실에서! 그렇다면 삶이 얼마나 더 재미있어질까. 그런 상상들이 우리를 즐겁게 하는 것이다.

 

 

두 번째, 다른 관점에서 현실의 것들을 이해할 수 있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서 예를 들어볼 수 있다. ‘루이즈 뱅크스 헵타포드 B’라는 언어의 비음운적인 성격을 수화로 예시를 들어 설명한다. 글로 사고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으로 사고를 한다는 것. 이 부분을 읽었을 때, ‘헵타포드 B’라는 언어를 이해하는 동시에 수화를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단순히 입으로 하는 소리 대신 손동작으로 하는 언어 정도로만 생각했다면, 이를 읽고 나서는 그림으로 사고하는 언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수화가 새로우면서도 흥미롭게 느껴졌다. 이처럼 SF&판타지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현실의 것으로 설명함으로써 이해를 돕는 동시에 현실의 것을 새로운 관점으로 보게 하는 것이다. 가까이에서 보는 것과 멀리서 보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특히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테드 창은 현실의 것으로 자신의 상상을 설명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느꼈다. 가령 다음과 같은 부분에서 알 수 있다.

 

녹음기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물을 뒤집어쓴 개가 몸을 후드득 하고 흔들어 털가죽에서 물을 떨궈내는 소리를 엇비슷하게 연상시켰다. 
(테드 창 「당신 인생의 이야기」 중)

 

이 문자를 보았을 때는 초서체로 그린 기상천외한 사마귀들의 집합처럼 보인다. 
(테드 창 「당신 인생의 이야기」 중)

 

 

사실 소설의 내용이 굉장히 과학적이면서도 추상적이라 과학적 지식이 많이 부족한 나로서는 조금 어렵게 느껴졌다. 그런데 부분마다 등장하는 이러한 비유들이 아! 하고 확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SF&판타지를 쓸 때, 가장 고민하는 것 중 하나는 나만 아는 이 세계를 독자들에게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이다. 그 점에서 테드 창은 배울 점이 많은 작가라고 생각한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사실 원작 소설을 보기 전에 영화 「컨택트」(드니 빌뇌브, 2016)를 먼저 봤었다. 영화를 보면서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생각해냈을까. 이 이야기를 생각해낸 사람은 글 쓰는 데 머리 좀 아팠겠다.’라고 생각했었다. 지금에 와서 원작 소설과 뒤의 인터뷰를 읽어보니 이런 사람이니까 이런 글을 썼구나 싶었다. SF&판타지의 매력과 작가의 역량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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